영화과 입시 학원을 꼭 다녀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저도 고등학생 시절에 영화학과를 지망하며 입시학원을 다녀야 하는 건 아닌 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덧 학부도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영화 관련 글들을 보다 보면, 가끔씩 중고등학생들의 위와 같은 고민들을 접하게 됩니다. 만약 제게 저런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가 있다면, 저는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영화학과를 들어오기 위해 실기시험을 봤는데, 따로 학원은 다니지 않았거든요. 입학하고 나서 동기들을 둘러봐도 학원을 다닌 친구들은 약 서른몇 명 중에서 네댓 명 이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겁니다. 때론 속성으로 배우기 위해 짧게 학원을 다니는 것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지금 같이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는 시대에서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습니다.
제가 한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제가 희망하는 대학의 영화학과의 입시전형을 찾아보았습니다.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을 얼마나 반영하는 지, 실기 시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실기 시험엔 어떤 문제들이 나오는 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문서로 잘 정리했지요.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 봤습니다. 객관적으로 내가 이 대학들에 갈 성적이 되는지,
이 학교에서 반영하는 입학 기준에서 뭐가 부족한 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누구나 상위권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세상 일이 다 내 마음대로 되나요.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에는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서 언어, 외국어, 사회 영역의 수능 성적만 요구했습니다.
수리영역 빼곤 그나마 제가 나름 선방했던 과목이라, 아예 수리 영역을 포기하고 이 세 과목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름 리스크가 있는 선택이었긴 했지만, 제가 원하는 대학 이외에도 당시 인문계열 대학에서는 언사외 성적을 요구하는 대학들이 있었기에 안 되면 다른 곳에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만약, 자신의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생이 있다면, 당장 영화과 입시 학원에 다니기 보다는 수능 공부에 더 치중하는 게 좋은 선택이겠지요.
원하는 대학 영화과 중에서 나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추린 후, 실기 시험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실기 시험의 비중도 나름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능은 2등급 이상이면 됐고, 내신도 어느 정도 받쳐주니 실기만 스스로 공부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제 동기 중에는 수능 4등급도 있었습니다. 결국, 수능 시험 비중보다 실기를 엄청 잘 봤다는 이야기겠죠?)
목표 대학을 정하고, 그 대학의 모집 전형에 맞춰서 실기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지망 대학교의 기출문제를 찾아 프린트해서 한 번 풀어 봤습니다.
영화학과 입시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과 글 솜씨(맞춤법이나 판서도 일정 부분 포함), 그리고 영화를 배울 준비가 되었는 지를 가늠해보는 시험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접해보며 어떤 식의 문제가 출제되었는 지를 파악했습니다.
기출문제를 보면서, 왜 이문제가 나왔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여주고, 감상문을 쓰게 하는 시험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왜 이런 시험을 보는 지를 생각한 겁니다.
출제 의도를 파악하는 거죠.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떤 형식의 글로 풀어내는 지를 보면, 이 사람의 교육 수준과 영화에 대한 지식, 개인의 가치관 등을 알 수 있기에 영화 감상문 시험을 보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영화를 보면서 글을 써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제가 심사위원이 된 것처럼, 스스로가 쓴 글을 채점해 봅니다. 쓰고 나서 바로 채점하면 객관화가 덜 되기 때문에, 쓰고 나서 잊힐 때 즈음 꺼내 보는 겁니다.
그럼 아, 내가 이렇게 생각했구나, 이렇게 쓰면 더 좋았을 텐데... 와 같은 부분이 보일 겁니다.
또 다른 실기 시험의 예로, 장소 제시어 5개를 주고 난 후, 그 장소가 모두 들어간 이야기를 만드는 시험이 있었습니다.
이 유형의 경우도 역시,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장소들을 연결시켜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지를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저는 기출문제를 여러 번 보며, 이 유형 같은 경우는, 어떤 욕망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켜 장애에 부딪히게 만들고, 그 갈등을 잘 봉합하는 이야기를 짧게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시험에 대비하려고, 평소에 시나리오도 좀 찾아봤습니다. 시나리오도 하나의 형식 체계를 가진 글이니까요.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내가 뭘 더 공부해야 하는 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장소를 주고 이야기를 만드는 시험 같은 경우는 혼자서도 충분히 연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종이에 장소를 수 십 개 적은 후 섞어 놓은 다음, 무작위로 5개만 뽑아서 나온 장소들로 이야기를 만드는 시험을 스스로 해보는 겁니다. 물론, 처음부터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학원에 의지하지요...
하지만, 제 경험상 학원을 다닌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이런 방법을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것들은 사실, 영화 기본서를 한 두 권 반복해서 읽으며 스스로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해서 눈에 익혀두면 되는 수준입니다.
물론, 일부 대학교에서는 전문적인 영화 지식을 평가한다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보다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겠지요.
그렇지 다고 하더라도, 고등학생에게 너무 어려운 걸 묻진 않겠죠? 얕고 넓은 지식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대학에 가서 배워야지요 ^^
이 글을 검색해서 들어와서, 여기까지 읽고 있는 학생이 있을까요?
모두 입시 학원의 광고 글부터 검색하고, 학원의 후기를 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 자료 조사도 중요합니다. 광고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정보를 장 정리해서 알려주는 부분이 있으니깐요... 이용할 건 이용해야죠.
그럼에도, 영화과 입시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먼저 스스로의 힘으로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파이팅입니다.
